비행 원숭이 조련사 (1)

첫인상. 

나쁘지 않았다. 

방실거리는 눈웃음. 동글동글한 얼굴. 토실한 볼에 오목하게 패인 보조개. 

귀여운 편에 속했다. 전형적인 강아지 상이었다. 아무튼 평균 이상이었다. 나는 이 기막힌 반전에. 하마터면 박장대소할 뻔했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찢어진 눈. 불거진 광대뼈. 두리뭉실한 주먹코. 기다란 주걱턱, 콧방울 옆에 붙어 있는 돌쇠 점…….

‘인상주의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이냐고? 어이쿠!’ 

아니었다. 다름 아닌. 동생 녀석을 거쳐간 과거 여자들의 특징이었다.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좋게 말해 개성이지. 그냥 못난이들이었다(한번은 “넌 눈깔이 발가락에 달렸냐?” 하고 동생을 몰아붙인 적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그녀는 최상의 미모를 자랑했다. 동생 녀석이 제법 용하게 낚은 듯이 보였다. 아무렴. 그때는 그랬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난데없이 불쑥. 그녀의 입에서 ‘쓰레기’라는 말이 터져 나왔을 때. 번뜩 알 수 있었다.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이라는 것을.

*

그녀는 야무진 맛이 없었다. 

요리도 서툴고. 칼질도 엉성했다. 바느질은 할 줄도 몰랐다. 단추가 떨어진 셔츠나 외투는 모아 두었다가 수선을 맡긴다는 소리에. 속으로 혀를 찼다. 이렇듯. 빈틈투성이였다. 게다가 왼손잡이라. 무엇을 하든 어색하기만 했다. 동생 녀석은 “하는 일 외에는 무관심해서 그래.” 하고 둘러댔다.

“하는 일이 뭔데?”

 동생은 ‘인간 체험’을 탐구하고 분석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인간 체험?’

무슨 말인지 납득이 쉽지 않았다. 더 물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개괄적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벅찬 전문 직종이었다.

여럿이 대화를 나누면. 그녀는 주로 듣기만 하는 편이었다. 반면. 호기심이 많아 늘 질문이 넘쳐났다. 가끔씩. 나는 그녀가 던지는 물음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당황해서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허허 웃음으로 대충 덮어야 했다.

우연한 기회에. 독립 영화에 출연을 한 적이 있었다(아무리 작고 허접한 영화라도 주연이라는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예술가라면. 표현의 폭을 넓히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웃기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스크린에 비친 내 모습을. 주위 사람들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가능한 비밀에 붙이고 싶었다. 특히. 가족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명까지 썼다. 그런데 어쩌다 알게 된 동생 녀석이. 나불거리고 말았다. 철저했던 계획은 그렇게 날아가버렸다.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저승사자? 쇼맨? 왕?”

그녀의 질문이 어김없이 빗발쳤다.

“악역.”

“나쁜 남자인가요? 부인 몰래 바람이라도 피우는?”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동생 녀석은. “어떻게 알았어?” 하고 박수까지 쳐댔다. 못난 놈. 

“응. 신선하고 재미있었어.”

“그래요?”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환하게 반짝이던 그녀의 두 눈. 어찌 보면. 아이처럼 해맑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등골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투명하고 또렷한 눈알은. 굽이지고 으슥한 곳을 후벼대는 것만 같았다.

‘사귄다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

그때부터였는지도 몰랐다. 남몰래 빌었던 시점이. 동생과 그녀의 관계가 끝장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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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